인터넷에 레시피는 무궁무진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 더 많고, 요리를 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컴퓨터에 뛰어가야 하는 게 번거로웠다. 요리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시기적절하게도 렛츠리뷰에 요리 파워블로거 문성실님의 책이 올라오지 않았겠나. 하늘도 고기와 채소를 파괴하는 내 행태를 더는 두고볼 수 없었나 보다.

문성실님 요리비법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요리가 어렵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아닐는지. 쓰는 도구들도 친숙하고 계량법도 밥숟가락과 종이컵을 이용해 빈약한 부엌을 가진 요리 초보들도 "나도 한번 해볼까?"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반찬부터 찌개,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정리된 챕터, 느낌 좋은 일러스트와 포인트를 짚어준 요리과정 사진이 좋았다.
아래부터는 따라해본 사진 몇 개.
무조건 간단한 것부터 따라해봤다. 재료가 없으면 안 넣고, 있으면 더 넣고. 취향에 따라 바꿨다.

순두부찌개
육수를 1/2컵만 넣으라고 되어있던데, 난 1컵 정도 넣었다. 쉽긴 쉬운데 생각해보니 내가 순두부를 안 좋아한다. 평소 사먹을 일도 없으니 어떤 맛이 진짜 맛있는 순두부인지 모르겠다. 다만 놀란 건 가격. 우리 아파트 단지 수퍼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순두부가 600원밖에 안하더라. 원래 이렇게 싼 건가 순두부는?

잡채
고기 안 들어간 썰렁잡채. 처음 만들어봤는데 역시 엄마 손맛은 안 난다. 시금치 잘 삶는 게 제일 어려웠다. 잡채를 얼려두고 생각날 때 꺼내서 참기름+간장 넣고 볶음밥 해먹으면 진짜 맛있다.

미소된장국과 잡채주먹밥
일본식 된장은 꼭 사야지 생각하던 건데 이 기회에 마련했다. 근처 마트에서 샀더니 6천원 정도. 인터넷이나 대형마트는 더 싸겠지. 제대로 국물을 우려서 먹는 게 맛있지만, 감기에 걸려 입맛도 없고 요리도 하기 싫고 국물이 필요할 때 대충 파와 미소된장 약간 슬슬 풀어 들이켰더니 참 간편하고 좋았다. 목에 부드럽게 넘어가줘서.

감자어묵볶음과 멸치바삭볶음
멸치는 간장이 적게 들어가서 색이 희멀겋다. 설탕 때문인지 진짜 과자처럼 바삭바삭해서 애들은 좋아하나 어른 입맛은 아닐 듯. 난 애들 입맛이라 괜찮았다. 오래 전 동네 아주머니께서 잘게 부순 호두인지 땅콩인지 들어간 멸치볶음을 가져다 주셨었는데, 그게 미친듯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도해볼까 하다가 견과류 넣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다음 기회에.

부대찌개
김치는 조금 적은 듯이 넣는 게 낫겠다. 한번 넣어본 잡채말이 어묵은 그냥 그랬음. 남은 재료(특히 콩)는 지퍼락에 넣어 평평하게 얼려두면 나중에 또 필요한 만큼 똑똑 잘라 쓸 수 있다.

게살 유부초밥과 고구마 스틱
가장 별로였던 녀석들. 게살 유부초밥은 머스터드가 들어가서인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냥 새콤달콤한 유부초밥이 더 맛있음. 고구마 스틱은 반 정도가 타버렸다. 안 탄 걸 먹어보니 설탕물에 재운 덕에 달달한 게 맛은 있었음. 다신 안 해먹을 음식 두 개임.

돈까스 덮밥(가츠돈)
국물을 저만큼만 붓고 먹었더니 나중엔 밥이 불어서 모자라더라. 레시피에선 간단히 참치진국으로 맛을 냈는데 이런 약식 요리법은 문성실님의 장기인 듯. 그러나 나중에 정식으로 국물을 우려보고 싶다.
리뷰 올리기 전까지 가능한 많은 요리를 해보려 했지만 이쯤에서 GG쳐야겠다.
성공한 음식도 실패한 음식도 있고, 손에 익히려면 여러 번 만들어 봐야겠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매일 펼치게 될 것 같다.




